자선, 나의 애장시

자선自選, 나의 애장시愛藏詩(43)<산수傘壽의 계단을 오르며>시인 이문걸

이문걸 2025. 4. 2. 15:45

                                                            ( 사진제공:나의 사진첩/외도에서)

애장시(43\-산수*傘壽의 계단을 오르며

 

 

불혹*不惑에 불혹을 더하고 보니

세월은 마실수록 더욱 가벼워져 날아갈 듯

그러나 발걸음은 천방지天方地軸

산을 오르거나 물을 건너기는 더욱 난감하고

긴 여행은 화중지병畵中之餠

무계획적인 삶으로 쉽게 살아온 인생은

더욱 아닐진대

돌이켜보면 헝클어진 실타래가 주렁주렁

망망한 수평선의 푸른 물살을 가르며

듣던 파도 소리는

시도 때도 없이 이명耳鳴으로 귓가를 스치고,

지그시 눈감으면 달빛 빗겨가는 담장 너머로

실안개처럼

아련히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 하나

 

심안心眼에 투영된 젊은 날의 잔영殘影

꽃피는 봄날의 환희가 아니면

붉게 물든 단풍 속으로

귀소歸巢를 위한 후조候鳥의 날개 짓이거나

때로는

동해의 일출처럼 황홀하여 눈감으면

생시이듯 환하게 가슴을 적시고

또한 난생 처음으로 강단에 서서

마주쳤던 해맑은 눈망울, 그 정답고

풋풋한 시선視線처럼

깊은 샘의 시린 물결로 출렁이다.

 

긴 여로에서 다시 시작된 새로운 아침

가파른 계단을 오르며 스스로 다짐하는 말

한 마디

남은 이정표는 물새의 눈알처럼 맑고

가벼운 마음으로 사뿐히

 

 

*인생 팔순을 미화해서 부르는 말이다.

**사람의 나이 마흔을 이르는 말로 공자가논어위정爲政편에서 마흔이 되니 미혹되지 아니 한다에서 유래되었다.

                                (사진제공:나의 사진첩/가족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