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 나의 애장시

자선自選, 나의 애장시愛藏詩(29)<난초 화분을 받고서>시인 이문걸

이문걸 2025. 3. 30. 11:09

(사진제공:나의 사진첩)

애장시(29)-난초 화분을 받고서/제자 김종윤에게

 

 

해마다

515일이면 어김없이

배달되는

그런데

올해는 꽃바구니가 아닌

귀품이 넘치는

동양란의 대훈반호*大勳班縞이다.

연두바탕에 붉은 색 줄무늬가 있는

작은 꽃망울에서

뿜어내는 향은 자지러질 것만 같다.

 

풍란과는 또 다른 미각의

방향芳香

투각된 도자기 화분을 물끄러미

완상하며 나는

대학 강단에서의 23개 성상을

조용히 성찰해본다.

힘겨운 생활 속에서도 언제나

웃음을 일지 않던

그 때 그 시절, 제자의 맑은 목소리와

다부진 눈망울이

난향 속에서 오늘은 섬광처럼 빛난다.

 

 

*동양란의 하나로 혜란蕙蘭의 무늬종이다

 

 

                                                          (사진제공:나의 사진첩/제자가 보내주는 난화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