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 나의 애장시

자선自選, 나의 애장시愛藏詩(22)<부산 기장의 붕장어 축제>시인 이문걸

이문걸 2025. 3. 30. 11:08

                                                                           

(사진 제공: 나의 사진첩)

                                          -기장의 특산물 붕장어 구이-

 

애장시(22)-기장 붕장어 축제

 

 

시월 무렵부터 살이

통통 올라

석쇠에서 타오르는

구수한 생선 냄새

기장군 연화마을로 접어드는

초입에서부터 벌써

붕장어 축제로 발 디딜 틈 없어

잘 익은 고기 몇 점에

소주 한 잔을 털어 넣으면

금세 쏴하고 출렁이는

푸른 바다 파도소리 들려라.

 

 

<기장문학/28호> 머리말

 

 

시적 몽상과 언어의 연금술사

 

이문걸

기장문인협회 고문/시인

 

 

 

1. 소재의 현상학

 

시인은 바닷가에서 조개껍질을 줍는 소년과도 같다. 이미 마멸되어 형체도 희잔稀殘한 일편의 패각貝殼, 그러나 거기에는 은미한 바다의 숨결과 수평을 계시하는 무한한 신화가 잠재되어 있다. 보잘 것 없는 일상생활의 파편들-피로와 퇴색과 평범함과 그리고 변화 없는 한 폭의 풍경-시인은 이렇게 속되고 값어치 없는 사물에서 이렇게 단조하고 허망한 그리고 무한한 이미지의 아름다운 신화를 찾는다. 하천가에 떠도는 목편木片, 허물어진 성축, 또 남루한 의상, 진개장에 버려진 화병의 유리조각, 부서진 장난감, 벽보, 또한 어느 날짜의 신문지, 파도가 윤회하듯 끝없이 밀려오는 세월 가운데 이제는 이지러지고 박제된 그 많은 생활의 유적, 시인의 작업은 이들에게 하나의 빛과 생명을 주는, 잃어버린 생활을 되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2. 우주적 몽상

시적 변용은 우주적 몽상에서 출발한다. 그것은 아름다운 세계, 아름다운 여러 세계로의 열림이다. 그것은 자아에게 자아의 재산인 비자아를 준다. 나의 소유인 이 비자아비자아야말로 몽상가의 자아를 매혹하는 것이며, 시인들 덕분에 우리가 그것을 나눠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주적 몽상은 고독이라는 몽상가의 넋 속에서 뿌리가 닿아 있는 현상이다. 우리는 그러므로 우주적 이미지가 넋, 모든 고독의 원칙적인 넋에 속한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 시는 몽상가와 그의 세계를 동시에 구축한다. 밤의 꿈이 넋의 질서를 파괴하여 바로 밤에 시도한 광태를 퍼트릴 수 있는 반면, 좋은 몽상은 넋으로 하여금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3. 절차탁마의 길

 

그런데 좋은 글이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조개가 제살을 태워 신열로 진주를 구워내듯 대상을 날카롭게 통찰하며 숱한 상량과 퇴고의 과정을 통한 절차탁마의 뒤라야 한줌의 희열을 맛볼 수 있다. 상량이란 생각하여 분간하다의 뜻이니 이 말은 습작의 기본으로 시 짓기에 너무 서둘지 말고 마음을 가다듬고 그간 생활 중에서 틈틈이 관찰한 체험에 대하여 하나하나 끈질기게 연상하며 깊은 혜안으로 여유를 두고 만물이 조응하는 침잠의 시간, 정관의 세계에서 앞뒤를 두루 살펴보듯 시상전개를 해야 된다는 소중한 자세를 짚어주는 말이기도 하며 절차탁마의 사전적 의미는옥이나 돌 따위를 갈고 닦아 빛내다는 뜻으로 언어를 다듬고 갈무리 하는 일이니 그러기에 시인을 두고 언어의 연금술사鍊金術師라 부르기도 한다. 또한 글을 반복해서 음미하다는 뜻의 퇴고는 당나라 시인 가도와 한퇴지에서 유래된 말로 상량의 깊이만큼 중요한 과정이다. 난숙한 감에서 참다운 감의 맛을 볼 수 있듯이 감동을 수반하는 글은 그래서 맛깔스럽고 세련미가 넘친다.

 

*)이어령 지음지성의 오솔길(현암사/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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