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 나의 애장시

자선自選, 나의 애장시愛藏詩(19)<붉은 댕기의 허수아비>시인 이문걸

이문걸 2025. 3. 30. 11:08

(사진제공:나의 사진첩-김봉진 화백님의 서양화 허수아비)

 

애장시(19)-붉은 댕기의 허수아비

 

 

무너진 돌담 사이로

늦가을 햇살이 드는 오후

하늘은 예처럼 높고 푸르고

구름 몇 장이

시야 속으로 확 트이는 곳

패랭이꽃이 무더기로 늘려있는

부산 금정구 북문에서

서남쪽으로 비스듬히 하산하면

주록*住鹿 선생님의 화폭에서

가끔 만나는

특유한 색감의 금빛 노을이

그 분의 온화한 웃음처럼

잔잔히 넘치는 밭둑 언저리에

붉은 댕기를 단 허수아비가

들풀 향기에 잔뜩 취한 듯

참새소리도 잊은 채

저 건너 낙동강을 굽어보며

멍 하니 혼자 서 있었다.

 

 

*나의 고교 은사님이셨던 김봉진 선생님(서양화가)의 아호이다.

                       나의 시집<산수의 계단을 오르며>중 120쪽에서 발췌하다

(사진제공:나의 사진첩/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