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장시(19)-붉은 댕기의 허수아비
무너진 돌담 사이로
늦가을 햇살이 드는 오후
하늘은 예처럼 높고 푸르고
구름 몇 장이
시야 속으로 확 트이는 곳
패랭이꽃이 무더기로 늘려있는
부산 금정구 북문에서
서남쪽으로 비스듬히 하산하면
주록*住鹿 선생님의 화폭에서
가끔 만나는
특유한 색감의 금빛 노을이
그 분의 온화한 웃음처럼
잔잔히 넘치는 밭둑 언저리에
붉은 댕기를 단 허수아비가
들풀 향기에 잔뜩 취한 듯
참새소리도 잊은 채
저 건너 낙동강을 굽어보며
멍 하니 혼자 서 있었다.
*나의 고교 은사님이셨던 김봉진 선생님(서양화가)의 아호이다.

나의 시집<산수의 계단을 오르며>중 120쪽에서 발췌하다

'자선, 나의 애장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지선自選, 나의 애장시愛藏詩(21)<보청기와의 조우>시인 이문걸 (0) | 2025.03.30 |
|---|---|
| 자선自選, 나의 나의 애장시愛藏詩(20)<오대산 월정사>시인 이문걸 (0) | 2025.03.30 |
| 자선自選, 나의 애장시愛藏詩(18)<산채山菜 정식을 나누며>시인 이문걸 (0) | 2025.03.30 |
| 자선自選, 나의 애장시愛藏詩(17)<해운대 연가>시인 이문걸 (1) | 2025.03.30 |
| 자선自選, 나의 애장시愛藏詩(16)<충주호 유람>시인 이문걸 (0) | 2025.03.30 |